반도체 시장 회복에도 삼성전자가 주춤한 이유
2024년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연간 27.7% 하락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 국면이라면 당연히 주가도 반등해야 할 텐데, 실제로는 TSMC나 SK하이닉스에 비해 회복세가 미약한 모습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HBM 등 핵심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 점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지표: 실적 개선은 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익성
삼성전자의 2024년 매출은 300조 원에 달하고, 영업이익도 32.7조 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증가율(398.4%)을 보였지만, 2021년 대비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9.19%)에 머문다.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가 일부 반영되었으나, 2023년 심각한 실적 부진에서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ROE(10.48%)도 예전 전성기 수준에 못 미치는 수치다.
파운드리 격차: TSMC와의 기술 간극이 발목
삼성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TSMC와 점유율 격차가 여전히 크다. 삼성 파운드리는 13% 안팎인데 반해, TSMC는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엔비디아·애플·AMD 등 핵심 고객사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삼성의 3나노 공정도 TSMC 대비 수율과 기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글로벌 대형 주문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HBM 시장: SK하이닉스에 밀린 메모리 경쟁력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물량을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전자는 기술 성숙도와 수율 문제 때문에 HBM에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삼성은 인텔 등 다른 고객사와 협력해 시장에 재진입하려 하지만, 이미 선점된 시장을 뒤집기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DRAM·NAND 가격 상승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
DRAM과 NAND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메모리 부문이 적자 국면을 벗어나고 있지만, 중국 업체(YMTC 등)의 저가 공세와 PC·스마트폰 수요 부진으로, 예전처럼 큰 폭의 이익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AI 서버 수요는 활발해도 일반 소비자 메모리 출하량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이후 삼성전자 반등 가능성: 3가지 시나리오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 공정을 도입해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고, HBM4 개발로 엔비디아 등 고객사 확보를 노리고 있다. DRAM·NAND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영업이익이 더욱 개선될 여지가 크다. 다만 해당 분야에서 경쟁자들을 따라잡지 못하면 시장 지배력을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
투자자 우려 1: 삼성전자의 성장 둔화
과거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모바일 시장을 장악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반도체 경쟁력이 훼손되고, 스마트폰 시장도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AI 대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분야인 파운드리와 HBM에서 경쟁사에 뒤처진 점이 ‘성장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투자자 우려 2: 지배구조와 혁신 속도
삼성은 오너 일가 중심 지배구조로 인해 과감한 투자 결정이 늦어지거나, 내부 의사결정이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파운드리·HBM 같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빠른 추격이 필요하지만,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 등에서 적극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이는 TSMC나 SK하이닉스와 달리 전략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배당·자사주 매입 정책의 한계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2.66%로 국내 대형주 치고 준수한 편이나, 반도체 업황이 부진할 때 배당 확대 여력이 크지 않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또한 주주환원 정책이 공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TSMC(배당률 3% 이상) 대비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주가가 하락 국면에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표하는 주주도 많다.
2025년 이후 반등 가능하지만 불확실성도 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TSMC·SK하이닉스 대비 경쟁력 격차를 좁히지 못해 주가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나노 공정 도입과 HBM4 개발 등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DRAM·NAND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2025년 이후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경영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며, 배당 정책에 대한 기대도 제한적이어서 투자자들은 중장기 시계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업황 반등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수 있지만, 경쟁사 대비 뒤처진 부분을 얼마나 빨리 만회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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