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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이슈

투자도 종교다? 인덱스 펀드가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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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 과거에는 신전에서 사람들이 신앙심이라는 ‘투자’를 했고, 현대에는 인덱스 펀드가 그 ‘신전’ 역할을 맡게 되었다.
  • 지나치게 많은 자본이 몰리면, 인덱스 펀드 보유 종목의 ‘가치 상승 여력’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 혼자 주식 고르느라 머리 싸맬 필요 없이, 다 함께 우르르 ‘신앙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인덱스의 장점이긴 하다.
  • 결국 사람들의 신앙(=자본)이 너무 많이 모이면 균형이 깨질 수 있으니, 적당한 분산과 균형이 핵심이다.

종교에서 인덱스로: 믿음이 모이는 신전

중세 시대 수많은 예배당과 대성당이 지어졌던 것처럼, 현대에는 주식시장이라는 거대한 “세속의 신전”에 투자금이 몰린다. 실제로 과거에는 신에게 더 가까이 가고자 황금비와 피보나치 수열을 응용해 건축물의 신성함을 극대화했고, 이를 통해 “수학은 곧 신의 언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제 이런 숭배의 대상이 소위 ‘인덱스 펀드’로 옮겨 가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주식을 샅샅이 뒤지는 대신, 종교 시설처럼 많은 이들의 자본이 모인 인덱스 펀드에 예배(?)를 올리는 셈이다.

 

인덱스 펀드와 피보나치: 혹시나 숨겨진 황금비?

주식시장에도 나름의 ‘규칙성’ 또는 ‘패턴’을 발견하려는 시도가 많다. 엘리엇 파동 이론이나 각종 차트 분석에서 피보나치 비율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가끔은 실제로 61.8%, 38.2% 같은 레트리이스먼트 구간이 지지·저항 역할을 하며 주목을 받는다. 인덱스 펀드에 직접 피보나치 수열이 반영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시장 전체가 ‘집단 심리’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학적 패턴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믿고자 하면 그럴듯해지는 게 종교든 투자든 비슷한 이치다.

 

자본의 ‘몰려듦’ 현상: 인덱스 펀드가 너무 커진다면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신전’에 모이는 상황이다. 인덱스 펀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액티브 펀드를 추월했고, 앞으로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인덱스가 시장 대부분을 지배하면, 정작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은 “너무 올랐는데, 더 오를 구석이 있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가격 발견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IPO 기업처럼 새롭게 편입되는 종목의 실제 가치가 왜곡될 수 있다. 예배당이 사람들로 바글거려도, 정작 알맹이(신앙의 질)는 퇴색될 위험이 있다는 비유와 맥이 닿는다.

 

믿음 투자의 장점: ‘나’를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

개별 종목을 골라내기 위해선 끝없는 공부와 분석이 필요하며, 시행착오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인덱스 펀드를 사면 굳이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를 하나씩 살피지 않아도 된다. 마치 대성당의 미사나 예배에 참석하기만 해도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안정감을 얻는 것처럼, 인덱스를 사면 “나는 시장 전체를 존중한다”라는 믿음으로 편히 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인덱스 펀드가 장기적으로 액티브 펀드를 평균적으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와, ‘믿음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단, 무턱대고 몰빵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종교도 투자도 마찬가지.

 

성지(聖地)의 균형: 적당한 분산이 진짜 해답

인덱스 펀드가 시장을 과점하면 ‘시세 결정 권력’이 집중된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를테면 지수에 편입된 종목만 계속 주목받아, 실제 가치 대비 과대 평가되고, 반대로 지수 밖의 종목은 소외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결국 수익률 정체, 혹은 거품 형성을 부추길 수 있으며, 강력한 자기장 안에 갇힌 자본들이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를 만든다. 그런데도 전부 인덱스로 몰리지 않는 이유는, 아웃사이더(액티브 투자자)가 잠재적 알파(α)를 노리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주류 신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주변의 작은 수도원(가치 저평가 종목)이 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커지는 셈이다.

 

출처: Steve Swayne

결론: ‘믿되, 분별력 있게’

종교와 인덱스 펀드는 얼핏 무관해 보이지만, “상징적 믿음이 모여 만드는 거대한 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피보나치 수열이 건축물 곳곳에서 ‘신의 언어’를 구현해냈듯, 주가지수 또한 인간의 심리와 자본이 융합된 일종의 ‘금융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믿음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나타나는 폐해다. 절대적 권위를 띤 종교가 낳은 역사적 비극처럼, 인덱스에 모든 돈이 몰리면 시장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자본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믿음과 회의를 적절히 섞어가며 투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인덱스 펀드를 적극 활용하되, 부분적으로는 액티브나 개별 선택에도 열려 있는 ‘균형 잡힌 투자’—이는 어쩌면 진정한 투자의 길과 맞닿아 있는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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